이 괘가 말하는 것
수천수(需)는 기다림의 괘다. 그러나 이 기다림은 무기력한 멈춤이 아니다. 괘의 아래는 하늘처럼 강건한 세 양(乾)이고, 앞을 가로막은 것은 험한 물(坎)이다. 강한 자일수록 앞이 막히면 밀어붙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 괘는 정반대를 말한다. 강건하기 때문에 오히려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剛健而不陷). 힘이 없어 멈춘 것이 아니라, 힘이 넉넉하기에 때를 고를 여유가 있는 것이다. 변화가 빠른 시대일수록, 먼저 뛰어드는 자가 아니라 물살을 읽고 기다릴 줄 아는 자가 강을 건넌다.
다만 기다림에는 조건이 있다. 첫째는 믿음(有孚)이다. ’반드시 때가 온다’는 안에서의 확신이 있어야, 기다림이 초조가 아니라 빛(光亨)이 된다. 밥을 안치고 뜸을 들이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밥이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둘째는 바름(貞)이다. 조급해서 자꾸 뚜껑을 열면 밥이 설익는다. 방향을 지키며 기다려야 그 기다림이 길함으로 이어진다. 믿음도 바름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은 이 괘가 말하는 기다림이 아니다.
대상전은 그 기다리는 자세를 한 폭의 그림으로 보여준다. 구름이 하늘에 올랐으나 아직 비가 되지 않았을 때, 군자는 ‘먹고 마시며 편안히 즐긴다(飲食宴樂)’. 이는 흥청거림이 아니라, 음식으로 몸의 기운을 기르고(養氣體) 즐거운 마음으로 뜻을 화평하게 하는(和心志) 적극적 회복이다. 기다림은 몸을 축내는 시간이 아니라 몸을 최상으로 벼려 두는 시간이다. 불안하다고 끼니를 거르고 밤을 새우는 것이야말로 기다림을 망치는 일이니, 잘 먹고 잘 자며 단전에 힘을 채워 두는 몸의 준비가 곧 수(需)의 수련이다.
그리고 기다림의 끝은 건넘이다. 평생 기다리기만 하면 뜻이 없다. 때가 무르익으면 과감히 험한 강을 건너(利涉大川) 공을 세운다(往有功). 오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 기다림에 믿음이 있는지, 바름이 있는지, 몸과 마음을 기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준비된 기다림만이 마침내 강을 건넌다.
훈장님의 풀이 — 허곡 선생님의 주역 강의에서
"보통 힘이 세고 능력이 있으면 참지를 못해. '내가 누군데!' 하고 덤비다가 함정에 빠지기 쉽지. 그런데 이 수(需)괘를 보게. 아래는 하늘(건)처럼 강건한데, 앞에 물(감)이 있다고 해서 멈춰 섰어. 겁이 나서 멈춘 게 아닐세. '강건이불함(剛健而不陷)', 즉 강건하기 때문에 오히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때를 기다리는 거야. 이것이 진짜 실력자의 여유라네. (…) 무작정 들이받지 말고, 저 하늘의 태양(구오)처럼 딱 중심(정중)을 잡고 기다려야 해. 그러면 절대 곤궁해지지 않아(불곤궁)."
"기다림(수)의 끝은 무엇인가? 바로 '건너는 것(섭)'일세. 평생 기다리기만 하면 바보지. 구오는 힘(건)을 꽉 채우고 때를 기다렸다가, 기회가 오자마자 저 위험한 강물(대천)을 건너버리는 거야. (…) 밥이 다 되었는데(유부, 광형) 뚜껑을 안 열면 타버려. 때가 되면 과감하게 저질러야 공(공)을 세우는 법일세."
원문과 주석 — 괘사(卦辭)
需,有孚,光亨,貞吉。利涉大川。
수(需)는 믿음이 있으면 빛나고 형통하며, 바르게 하여 길하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정이천『이천역전』
需者,須待也。五居君位為需之主,有剛健中正之德,而誠信充實於中,中實有孚也。有孚則光明而能亨通,得貞正而吉也。以此而需,何所不濟?
수(需)는 모름지기 기다림이다. 구오가 군주의 자리에 거하여 수의 주인이 되니, 강건중정의 덕이 있고 성실한 믿음이 속에 가득하여, 속이 찬 것이 곧 유부(有孚)다. 믿음이 있으면 밝아 형통하고, 바름을 얻어 길하다. 이로써 기다린다면 무엇을 구제하지 못하겠는가.
주희『주역본의』및 어록
需,待也。以剛遇險,而不遽進以陷於險,待之義也。
需者,寧耐之意。且如涉川者,多以不能寧耐,致覆溺之禍。
수는 기다림이다. 강함으로 험함을 만나, 급히 나아가 험한 데 빠지지 않고 기다리는 뜻이다. 수란 ’편안히 견딤(寧耐)’의 뜻이니, 강을 건너는 자가 흔히 견디지 못해 뒤집혀 빠지는 화를 부른다.
운봉 호씨
需而無實,無光且亨之時;需而非正,無吉且利之理。
기다리되 실질이 없으면 빛나고 형통할 때가 없고, 기다리되 바르지 않으면 길하고 이로울 이치가 없다.
원문과 주석 — 단전(彖傳)
彖曰:需,須也;險在前也。剛健而不陷,其義不困窮矣。需有孚,光亨,貞吉,位乎天位,以正中也。利涉大川,往有功也。
단전에 이르길, 수(需)는 기다림이니 험함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강하고 굳세어 빠지지 않으니 그 뜻이 곤궁하지 않다. 수는 믿음이 있어 빛나고 형통하며 바르게 하여 길하니, 하늘의 자리에 위치하여 바르고 가운데 하기 때문이다.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가서 공을 세우는 것이다.
정이천『이천역전』
剛健之人,其動必躁。乃能需待而動,處之至善者也。
강건한 사람은 그 움직임이 반드시 조급한데, 이에 능히 기다린 뒤에 움직이니, 대처함이 지극히 선한 자다.
주희『주역본의』및 어록
此以卦德釋卦名義。
利涉大川,利涉是乾也,大川是坎也。往有功,是乾有功也。
이는 괘덕으로 괘의 이름과 뜻을 풀이한 것이다. ’이섭대천’에서 이롭게 건너는 것은 건(乾)이요, 큰 내는 감(坎)이며, ’가서 공이 있다’는 것은 건이 공을 세운다는 뜻이다.
건안 구씨
乾在坎下為需,剛健而不陷,故云利涉大川。乾在坎上為訟,健無所施,故云不利涉大川。
건이 감 아래 있으면 수(需)가 되어 강건하되 빠지지 않으므로 ’이섭대천’이라 하고, 건이 감 위에 있으면 송(訟)이 되어 굳세나 베풀 곳이 없으므로 ’불리섭대천’이라 한다.
원문과 주석 — 대상전(大象傳)
象曰:雲上於天,需;君子以飲食宴樂。
상전에 이르길, 구름이 하늘 위로 오르는 것이 수(需)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먹고 마시며 잔치하고 즐긴다.
정이천『이천역전』
君子觀雲上於天,需而為雨之象,懷其道德,安以待時,飲食以養其氣體,宴樂以和其心志,所謂居易以俟命也。
군자는 구름이 하늘에 올라 비가 되기를 기다리는 상을 보고, 도덕을 품고 편안히 때를 기다리며, 음식으로 몸의 기운을 기르고 잔치와 즐거움으로 마음과 뜻을 화평케 하니, 이른바 ’편안한 데 거하여 천명을 기다린다(居易以俟命)’는 것이다.
주희『주역본의』
雲上於天,無所復為。待其陰陽之和而自雨爾。一有所為,則非需也。
구름이 하늘 위에 있으니 다시 할 바가 없다. 음양의 화합을 기다리면 저절로 비가 올 뿐이다. 한 가지라도 억지로 하는 바가 있으면 곧 기다림이 아니다.
동래 여씨
飲食宴樂,涵養此理而已。與後世不得志而麹蘖之託、昏冥之逃者異矣。
’음식연락’은 이 이치를 함양할 뿐이니, 후세에 뜻을 얻지 못했다고 술에 의탁하고 어둠으로 도피하는 자들과는 다르다.
태극이야기